심리 관련 이야기

일종의 '가스라이팅'

justhong 2024. 1. 22. 14:46

우리는 보통 우리에게 부여된 혹은 기대되는 역할에 맞게 행동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환자복으로 갈아입는 순간 우리는 ‘진짜’ 환자가 됩니다. 사복을 입었을 때와는 달리 환자복을 입으면 자연스럽게 걷는 것도 더 기운 없어지고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것만 같죠. 환자복을 입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환자임을 인정한 것이고 병원의 지시를 따르겠다는 서약을 한 것이 되니까요. 

 

기대되는 역할은 직접 전달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흔히 일어납니다. 자녀가 어릴수록 부모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데 부모가 자녀에게 전달하는 언어적 및 비언어적 메시지로부터 아이의 정체성이 형성되고, 아이는 그에 맞추어 행동하면서 자신을 확인하고 인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듣는 데서 다른 사람에게 엄마가 “우리 애는 마음이 약하고 소심해서 자신감이 부족해요”라고 말할 때 “엄마, 나 약하지 않아요.”라고 엄마의 생각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아이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아이의 항변은 동생이나 친구를 걷어차는 비언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우리 애는 착해서 다른 사람을 잘 도와줘요.”라는 말을 들으면 아이는 “착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도와준다. 나는 착하다. 그러므로 나는 다른 사람을 도와준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게 되고 그 결과 칭찬을 듣고 더 자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 애는 착하다.”라는 엄마의 말이 점점 더 확실한 사실이 되고 아이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고 할 것입니다. 엄마의 말이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소위 '가스라이팅'이 일어난 것이죠. 

 

성격검사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MBTI 의 I 형이야"라고 말하면서 I 형의 특징에 맞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검사의 결과가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외부에서 주입된 수많은 견해들이 나의 삶을 지배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어떤 메세지를 듣고 있는지 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