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관련 이야기

기억이 추억을 만든다

justhong 2021. 9. 15. 16:10

당신에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얼마만큼 남아있나요?

드라마 ‘홍천기’를 보면 하람과 천기에게는 19년 전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19년 전에 이미 성인이었다면 모를까 어린 시절에 했던 말의 단어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면 “이게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 소년을 잊지 못하는 이유라도 있소?”
“아마도 저 별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늘의 별 말입니까?”
“예, 하늘의 별이요. 오늘따라 별이 참 많습니다. 북두칠성도 보이고요”
“별이 얼마나 많소?”
“1억 개 정도?”
“1억 개가 몇 갭니까?”
“아주 아주 많은 겁니다.”​


이런 기억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할까요?

기억은  사전적 기억(의미 기억)과 자전적 기억(일화 기억)으로 구분하는데 위에 인용한 '홍천기'의 대사는 자전적 기억에 가깝습니다. ​자전적 기억은 첫사랑의 기억과 같이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났던 개인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을 말합니다. 첫사랑의 기억도 살다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가물가물해질 가능성이 크지만, 잊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기억이라면 상기하고 또 상기하면서 기억을 생생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상기하는 과정에서 더 아름답게 더 애절하게 왜곡되기도 하는 것이죠. 상기하고 상기하는 것을 기억에서는 리허설(rehearsal, 시현)이라고 합니다. 리허설을 통해 오래된 기억도 얼마든지 방금의 기억처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시현이 가능할 정도로 인지기능이 발달한 나이에 일어난 사건이어야 제대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지만 말입니다.

아름다운 기억이라도 그 이후의 삶에 아름다운 경험이 많았다면 묻힐 수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더 아름다운 경험을 많이 했다면 구태여 어린 시절의 기억을 상기하지 않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많이 생생하게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동안의 삶이 녹록지 않았다는 방증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