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관련 이야기

지나치면서 툭 던지는 말

justhong 2021. 9. 30. 16:27

이따금 지나치면서 툭 던지는 말들이 있습니다. “착하다”, “잘하네”, “숙제 안 하냐?”, “또 게임 하냐?!” … 지나치면서 하는 말이니 그리 길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짧게 던진 한마디가 어떤 이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고 또 누구에게는 큰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파이팅” 우리가 흔히 하고 듣기도 하는 말입니다.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서 극 중 인물 ‘이지안’이 ‘박동훈 부장’에게도 건네는 말입니다. 이런 격려의 말은 손위의 박 부장이 이지안에게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들릴 말이어서 다소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혼자 힘들어하는 박 부장이 잘 견디어 내기를 바라는 진심이 담긴 한 마디는 “내 인생이 네 인생보다” 낫지 않다는 개방적 견해를 가진 박 부장에게는 하루를 견뎌낼 수 있는 만큼의 힘을 주는 중요한 한마디입니다. 힘들 때 ‘파이팅’을 외쳐준 사람을 기억하면서 마음을 추스를 수도 있고, 힘들어하는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습니다. “파이팅!”

같이 술을 마시면서 박동훈 부장의 동생이 형에게 얘기합니다. “내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팬티는 5만 원에서 몇백 원 빠지는 거 사 입어. 내가 오늘 죽어도 뭐 교통 사고당해 죽든 강도당해 죽든 병원에 실려 가 빨개 벗겨 놓아도 절대 기죽지 않게, 비싼 팬티 사 입어. 형은 얼마짜리 사 입어? 이건 되게 중요한 거야. 죽어서는 쪽팔린 거 대책이 없어.” …… …… “마지막은 팬티야. 수의는 다 똑같이 입는 거고 내 마지막은 팬티야”

그 후 귀갓길에 박부장이 눈길에 미끄러지고, 미끄러진 김에 일어나지 말까, 그냥 죽어버릴까 기찻길에 죽은 듯이 한참 누워있다가 중얼거립니다. “내가 오늘 못 죽어, 비싼 팬티가 아니야.” 어쩌면 죽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팬티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다시 일어서면서 하는 말은 동생에게 들은 ‘팬티’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다시 일어서는 명목상의 '구실'을 제공한 것이 이렇듯 우리가 특별한 생각없이 하는 말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친구를 때리면 안 되는 거죠?!” 뜬금없어 보여도 아이에게는 매우 중요한 현실적인 질문일 수 있습니다. 친구를 때리고 나서 하는 질문일 수 있으므로 답변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당연히 안되지!”, “친구를 때리면 나쁜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면 아이는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친구를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는 상황에서도 아이는 부모에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거짓말하면 안 되죠?” 아이와 얘기할 시간이 많지 않은 부모는 “당연히 안되지” 하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거짓말이 좋지 않다는 것은 보편적 원칙에 해당하지만, 상황과 정황을 적절히 고려하지 않은 부모의 한마디를 아이가 그대로 수용한다면 어쩌면 아이는 ‘된다-안 된다’라는 이분법적으로 사고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번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일상에서 무심코 하는 말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어쩌다 잘 못 말한 말이라도 잘못을 인정하면 용서받지 못할 말도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