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이야기

광장공포증

justhong 2021. 10. 6. 14:08

배가 고파도 식당 안을 밖에서 들여다보고 사람이 많으면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식당 안이 붐비건 말건 일단 들어가 자리를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회공포증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광장공포증이라고 해야 할지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가 하는 행동을 보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핵심이라면 사회공포증에 더 가깝고 나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없거나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두려움이라면 광장공포증에 해당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물론 두 가지 장애가 공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광장공포증은 공황발작을 경험했던 상황이나 장소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고 공황발작 경험 없이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보통 수줍음이 있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거북함과 어색함을 느끼지만, 불편해도 피하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광장공포증 진단
광장공포증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다음의 기준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다음의 5가지 상황 중에서 2가지 이상의 경우에서 극심한 공포와 불안을 느낀다.
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예: 기차, 비행기 등)
② 개방된 공간에 있는 것 (예: 주차장, 시장, 다리 등)
③ 밀폐된 공간에 있는 것 (예: 상점, 공연장, 영화관 등)
④ 줄을 서 있거나 군중 속에 있는 것
⑤ 집 밖에 혼자 있는 것

2) 공황과 유사한 증상이나 무력하거나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거나 그 장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상황을 두려워하고 피한다.
3) 광장공포증 상황은 대부분 공포와 불안을 일으킨다.
4) 광장공포증 상황을 능동적으로 회피하거나 동반자를 필요로 하고 피할 수 없으면 극도의 공포와 불안 속에서 견딘다.
5) 광장공포증 상황과 사회문화적 배경을 고려할 때 실제 예상되는 위험에 비해 공포와 불안의 정도가 심하다.
6) 공포, 불안, 회피 반응은 전형적으로 6개월 이상 지속된다.
7) 공포, 불안, 회피가 사회적, 직업적 혹은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한다.
8) 만약 다른 의학적 상태(예: 염증성 장 질환)가 동반된다 하여도 공포, 불안, 회피 반응이 확연히 지나치다.
9) 공포, 불안, 회피가 다른 정신질환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장애 관련 이론 및 원인

1) 생물학적 설명
광장공포증은 불안장애에 해당하므로 불안장애의 원인으로 알려진 요인들이 광장공포증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가바(GABA),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세로토닌(serotonin)과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며 유전적 요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2) 심리학적 설명
특정 상황이나 장소, 특히 사람이 많은 곳에서 공황발작을 경험한 적이 있으면 유사한 상황을 피하게 되는데 이를 고전적 조건화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특별한 의미가 없던 중립적인 장소에서 공황발작을 경험하게 되면 그 장소가 고전적 조건화에 의해 공황발작과 같이 직접 불안유발 기능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기능이 ‘일반화’의 원칙에 의해 유사한 상황으로 확장되면서 광장공포증이 형성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공황발작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많아 빠져나오기 어려운 장소에서 ‘설사’ 혹은 ‘구토’할 것 같은 경험을 했다거나 넘어져서 다친 적이 있거나 하다면 그런 장소에 혼자 가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회피 행동은 두려워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타나지만, 회피하면 두려워하는 일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하지 못하므로 두려워하는 생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유지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공포이 아니라 회피 행동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광장공포증의 치료

불안 증상의 치료에서 핵심은 회피하는 행동을 줄이는 것입니다. 회피하지 않으면 많은 경우에 두려워하던 일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경험을 하게 되므로 광장공포증은 점차 약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회피하는 장소를 적극적으로 찾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소위 ‘노출 치료’ 혹은 ‘직면 치료’에 해당합니다.

회피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방법에는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체계적 둔감법)과 집중적(홍수법)으로 진행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직면 치료를 진행하기에 앞서 당사자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므로 일련의 준비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당사자가 광장공포증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어야 하고 두려움을 유발하는 상황에 노출되는 것에 동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