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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요? 앞만보고 내달리다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길을 찾는 당신에게 ...

심리 관련 이야기

귀인을 만나다

justhong 2019. 1. 24. 16:15
좋은 드라마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단면을 극 중 인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줍니다. 묘사되는 것이 구체적으로 내 얘기는 아니지만, 내 얘기 같아 감동을 불러일으키므로 또 보게 되고 궁금해집니다. 
 
요즘 방영 중인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서도 이런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나의 아저씨’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교류를 하면서 살아가던 젊은이가 새로운 교류와 경험을 통해 자기가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어린 시절 주변의 냉대와 멸시를 자주 받다 보면 ‘나’라는 인간은 “이런 대접을 받아도 싼 인간'이라는 생각에 젖어들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 생각에 부합하는 방향의 행동을 하면서 그렇게 변해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나'에 대해 혹은 나를 규정하는 여러 생각들은 외부로부터 주입된 것입니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자기 본연의 것이 형성되기도 전에 외부로부터 강제된 생각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 중에서도 세상에 대해 냉소적이고 경멸적인 방향으로 고정되면 우리는 일찍 커버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대해 냉소적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도 냉소적이라는 의미입니다.
 
“배경으로 사람 파악하고, 별 볼 일 없다 싶으면 빠르게 왕따 시키는 직장문화” 혹은 “내가 어떤 앤지 알고도 나랑 친할 사람이 있을까?!”와 같이 세상이나 자기를 바라보는 일정 방향의 관념을 성격의 주요 요인으로 본다면, 한 사람의 성격은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형성됩니다. 긍정적인 경험보다 부정적인 경험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아마도 부정적인 경험을 피하는 것이 ‘생존’에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과 자기를 향해 냉소적이고 경멸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은 냉소적이고 경멸적으로 행동하므로 상대방의 냉소와 경멸을 불러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냉소와 경멸은 결국 세상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가 정당하다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해 주는 것이죠.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생각은 고정관념 혹은 편견으로 더욱 더 굳어지고 결국 개인의 삶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한테 친절한 건 기본 아니냐? 뭐 잘났다고 여러 사람 불편하게 퉁퉁거려!, 여기 뭐 너한테 죽을죄 지은 사람 있어?!”
 
내가 퉁퉁거리면 상대방도 퉁퉁거리게 됩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만의 색안경을 끼고 보는 한 세상은 나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악순환의 내용과 다른 새로운 경험이 필요한데, 이런 경험이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은 소위 ‘귀인’을 만나면서 시작될 가능성이 큽니다. 귀인이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지금까지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내 행동에 대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람으로서 나의 선입견과 편견, 고정 관념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켜 혼란스럽게 만들고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무시, 천대에 익숙해져서 사람들에게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고, 인정받으려고 좋은 소리 들으려고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근데 이젠, 잘 하고 싶어졌습니다. 처음으로 사람 대접받아봤고,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게 해 준 이 회사에, 박동훈 부장님께 감사할 겁니다!”
귀인을 만났다는 의미입니다. 귀인을 만나면 마음, 즉 세상과 자기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 태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내가 어떤 애인지 알고도 나랑 친할 사람이 있을까?!”라는 자기 의심을 끌어안고 살아오다가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매우 큰 정신적 변화입니다. 
 
세상이 자기를 경멸한다고 생각하면서, 자기를 부인하고 미워하면서 세상과 담을 쌓고 견뎌내던 사람이 자기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가히 획기적인 변화라 하겠습니다. 마침내 그동안 삶을 지배했던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약화하고 새로운 연결고리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라면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귀인으로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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