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 것인가 ...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요? 앞만보고 내달리다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길을 찾는 당신에게 ...

심리상담 9

마운트 미저리 (1)~(4) 핵심 정리

마운트 미저리는 소설이지만, 필자가 경험한 (국외) 정신 병동의 현장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환자와의 대화, 레지던트가 던지는 질문과 수퍼바이져의 답변을 통해 수련생 혹은 치료자, 상담자가 자기의 치료 혹은 상담의 철학을 정리하고 다듬어 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등장하는 인물로 1장에 언급된 사람은 대략 5명으로 로이 배쉬, 아이크 화이트, 쉴로모 도브, 체로키 푸트남, 베리 등인데 이중 체로키 푸트남은 환자의 보호자다. 아이크 화이트에 반해서 마운트 미저리로 온 주인공 로이는 1년 차 레지던트 생활을 하고 있으며 아이크 화이트는 로이의 수퍼바이져고 아이크 화이트는 쉴로모 도브에게서 분석을 받았다. 베리는 로이의 여자친구인데 심리학자인지 의사인지 불분명하지만, 아이를 좋아하는..

Mount Misery 2021.10.15

좋은 심리상담사? 그딴 것은 없다.

좋은 심리상담사를 소개해 달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어느 정도 공신력을 인정받는 심리상담 자격증이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2~3개 정도인데 비해 공신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자격증이 너무나도 많으니 상황을 잘 모른다면 상담사를 찾는 것도 큰 문제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나를 위해 상담사를 찾는 것도 사실상 치료과정에 속하기 때문이다. * 여기서 상담사는 치료사(Psychotherapist)라는 말로 쓰는 것이 적합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치료' 혹은 '심리치료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려면 의사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하니 '상담사'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 좋은 상담사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당연히 실력이 좋은 사람을 말하겠지만, 실력을 판단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니 어떤 사람을 소개해 주어야..

우울증이라서 우울한 것이 아니라 우울하기 때문에 우울증이다.

ADHD라서 산만한 것이 아니라 산만해서 ADHD라고 하며 강박장애가 있어서 강박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강박 증상을 보이므로 강박장애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 통용되는 증상학적 진단의 원리입니다. 진단명은 자주 함께 나타나는 증상들 즉, 증후군에 붙여진 이름인 것이죠. 그러므로 "제가 왜 이렇게 산만한 거죠?"라는 질문에 "ADHD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배가 왜 이렇게 아픈거죠?"라고 묻는 이에게 "복통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순환논리의 오류에 해당합니다. 특정 증상이 단일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ADHD의 진단 기준에도 산만함의 원인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산만한 행동의 원인도 매우 다양하므로 진단을 통해 원인이 규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A..

상식적인 것이 전문적인 것이다.

“무기력하고 우울합니다. 의욕도 없고요 ” “언제부터 그러신가요?” “1년 정도 됐어요” “1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일상에 변화를 줄 정도의 일이요” “그때 실직했죠. 회사가 어려워서 퇴사했는데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어요. 막막합니다.” 아마도 다음 질문은 상담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우울 증상과 우울 증상 외에 다른 증상들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일 겝니다. “잠은 잘 주무십니까?” “식사는 잘 하세요? 그동안 체중 변화가 있으신가요?” “요즘은 하루 동안 무얼 하면서 지내시나요?” 우울과 연관된 증상들이 확인되면 “실직에 의한 우울장애”로 판단하여 우울장애 진단을 내릴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그것이 보통의 경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진단이기 때문인 것이죠. 실직에 의한 우울장애, 좀..

결과의 결과가 지배한다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은 결과의 결과입니다. 시험불안이 있는 사람은 시험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험 성적이 좋지 않을 것을 걱정하는데 나쁜 시험 성적은 시험의 결과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좋지 않은 시험 성적을 두려워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상 성적이 나쁠 경우 일어나는 일들을 두려워하는 것인데 이는 시험의 결과의 결과에 해당합니다. 비행불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행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비행할 때 경험할 수 있는 공황발작을 두려워하는 것도 아닙니다. 두려움의 실제 대상은 공황발작이 일어났을 때 벌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일들이며 이는 비행의 결과의 결과에 해당합니다. 우리를 불안이나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데 가..

귀인을 만나다

좋은 드라마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단면을 극 중 인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줍니다. 묘사되는 것이 구체적으로 내 얘기는 아니지만, 내 얘기 같아 감동을 불러일으키므로 또 보게 되고 궁금해집니다. 요즘 방영 중인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서도 이런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나의 아저씨’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교류를 하면서 살아가던 젊은이가 새로운 교류와 경험을 통해 자기가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어린 시절 주변의 냉대와 멸시를 자주 받다 보면 ‘나’라는 인간은 “이런 대접을 받아도 싼 인간'이라는 생각에 젖어들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 생각에 부합하는 방향의 행..

과거를 묻지 마세요

“과거를 묻지 마세요”, “과거는 흘러갔다”라는 유행가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가요무대’에서나 들을 수 있는 노래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과거를 매우 궁금해합니다. 과거를 알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서 박동훈 부장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줘야 하는 게 인간 아닙니까!" '사람은 변하지 않아'라고 말들 하지만 사람은 변합니다. 생명이 없는 물건도 세월과 함께 변하는데 생명을 가진 사람이 변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지 않는다 하여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흔히 말하는 그 사람의 마음 즉, 그 사람의 생각이 변한..

사실과 진심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나온다. “그래서 부장님 돈 오천만 원에 손댄 거고, 그놈이 훔친 거라는 사실을 알아서 돌려놔야 했어요. 부장님 돈을 훔치려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이 뭐 그리 중요한가요.” 사실이 뭐 그리 중요한가요?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정황상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사실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진심’일 것입니다. 연인 중 한 사람이 불치병에 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마음은 아프지만, 속마음과 달리 “난 널 사랑하지 않아” “넌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등 매몰차게 이별을 고하는 영화 장면이 예전에는 많았습니다. 이런 장면에서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사실에 해당하고 진심은 그렇게 말하게 된 배경에..

천근 만근인 것은 네 마음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박 부장은 지하철 안에서 출가한 겸덕에게 문자를 보낸다. “산사는 평화로운가? 난 천근만근인 몸을 질질 끌고 가기 싫은 회사로 간다 …”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는 “조용한 곳에서 맘 편히 살고 싶다.” 라는 말이다. 세상과 다소 떨어진 곳, 사람이 많지 않은 곳, 산사에서는 과연 맘 편히 지낼 수 있을까? 겸덕은 말한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야.” 산사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 사람들이 느끼는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내가 있는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인가? 죽어야만 가능한 것인가? Freud에 의하면 죽음이란 긴장이 없는 애초의 상태를 의미하며, 인간에게는 이러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