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나온다.
“그래서 부장님 돈 오천만 원에 손댄 거고, 그놈이 훔친 거라는 사실을 알아서 돌려놔야 했어요. 부장님 돈을 훔치려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이 뭐 그리 중요한가요.”
사실이 뭐 그리 중요한가요?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정황상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사실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진심’일 것입니다.
연인 중 한 사람이 불치병에 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마음은 아프지만, 속마음과 달리 “난 널 사랑하지 않아” “넌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등 매몰차게 이별을 고하는 영화 장면이 예전에는 많았습니다.
이런 장면에서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사실에 해당하고 진심은 그렇게 말하게 된 배경에 해당할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진심이지만, 진심을 알기 어려우니 진심을 유추하기 위해 우리는 사실을 알고 싶어합니다.
그렇다 해도 진심이 사실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의도치 않은 잘못이라도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옳습니다. 그술 취해서 한 행동이라고 해서 감형이 되고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면책이 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살인 아닙니다. 정당방위로 무죄판결났습니다." "누구라도 죽일만한 상황이었습니다."라는 박동훈 부장의 해명은 잘못된 것으로 보입니다.
"살인 아닙니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살인이지만, 정당방위에 해당하므로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말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상황을 고려할 때 죄를 묻기는 어려워도 그 행위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므로 사실에 기초해서 판단하고 진심을 바탕으로 결론짓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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