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 것인가 ...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요? 앞만보고 내달리다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길을 찾는 당신에게 ...

심리 관련 이야기 42

싸이코패스인지 아닌지가 왜 그리 중요한가!

싸이코패스라는 개념은 선천적으로 뇌의 감정 관련 '영역'에 문제가 있어서 타인의 고통이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데 나아질 여지가 없을 때 사용한다. 그래서 불우한 성장 환경으로 인해서도 싸이코패스적인 성향이나 행동을 보일 수 있지만, 개념적으로 이는 싸이코패스에 해당하지 않는다. 선천적으로 고정되어 변화의 가능성이 없어야 하는데 후천적 경험의 결과인 싸이코패스적 행동은 학습의 결과에 해당하므로 새로운 것을 학습하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요즘은 잠시 뜸해졌지만, 방송에서 연일 싸이코패스 진단을 받았다고 보도하는 것과 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싸이코패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중인격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과학적 실재론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내용은 실재하는 사실인가 아니면 관념인가? 내담자가 진술하는 내용은 실제 일어난 사실일까? 아니면 내담자의 생각일까? ​ 내담자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달라질 것이 없는데 상담과정에서 과거의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 이런 의문은 '인식론'의 다음 두 가지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1)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식의 본질) 2) 우리는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 우리가 아는 것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인식의 출처)? ​ 철학은 어려운 영역이라 필자가 제대로 알고 얘기하는 것이라 장담할 수 없지만, 이해한 것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담과정에서 '트라..

Heider의 균형이론 (Balance Theory)

인간은 일탈 충동을 느끼기도 하지만, 보편적으로 평온한 상태를 추구하려는 욕구가 있다. 갈등과 모순이 없는 평온한 상태는 일관성에 의해 확보된다. 인지 일관성 관련 이론에 의하면 어느 한 대상에 대한 개인의 생각, 행동, 태도 등이 비일관적인 상태에 있으면 부조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부조화는 평온한 상태에 반대되는 불쾌한 상태이므로 조화로운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절친 A가 내가 싫어하는 B와 가깝게 지내는 것을 보게 되면 배신감(갈등, 모순)을 느끼는 등 부조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부조화 상태는 비일관성에서 기인하는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내가 B를 좋아하게 되거나 내 친구 A가 B를 멀리하게 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 일관성이 회복되어야..

일종의 '가스라이팅'

우리는 보통 우리에게 부여된 혹은 기대되는 역할에 맞게 행동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환자복으로 갈아입는 순간 우리는 ‘진짜’ 환자가 됩니다. 사복을 입었을 때와는 달리 환자복을 입으면 자연스럽게 걷는 것도 더 기운 없어지고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것만 같죠. 환자복을 입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환자임을 인정한 것이고 병원의 지시를 따르겠다는 서약을 한 것이 되니까요. 기대되는 역할은 직접 전달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흔히 일어납니다. 자녀가 어릴수록 부모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데 부모가 자녀에게 전달하는 언어적 및 비언어적 메시지로부터 아이의 정체성이 형성되고, 아이는 그에 맞추어 행동하면서 자신을 확인하고 인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

대화의 방식: 사랑은 노력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모래시계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여전히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 공유하고 싶다. ​ 우석은 하숙집 주인 선영의 아버지가 임종하는 장면에서 아버지에게 결혼 승낙을 구하는 것으로 선영에게 우회적으로 청혼한다. 우석의 말을 듣고서야 선영은 비로소 아버지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자기를 혼자 두고 떠나야 하는 아버지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이 우석의 청혼으로 다소 해소되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 장례식장 뒤편에서 조문객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선영과 우석의 대화가 이어진다. ​ 선영: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렇게 말해주어 고마워요 아버지 안심하셨을 거예요. 고마워요. 이제 됐어요. 우석: 무슨 뜻입니까? 선영: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 씩씩해요. 혼자 괜찮아요. 걱정 마시고 좋은 분 만나세요. 어울..

기분전환: 오 마이 달링 '클레멘타인'

'클레멘타인'은 1849년 골드러시 대열에 합류하여 서부로 간 채굴자의 애환을 달래주던 미국의 민요라고 한다. 1848년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사금이 발견되었고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동부인이 서부의 캘리포니아에 도착하는데 1년 정도의 세월이 걸렸기 때문에 이들을 가리켜 49er(포티나이너)라 부른다고도 한다. 클레멘타인 가사의 일부를 옮기면 대략 다음과 같다. 동굴과 협곡에서 금맥을 찾아다니던 한 채굴자가 클레멘타인이라는 딸과 살고 있었다네. 클레멘타인은 매일 아침 정각 아홉시에 새끼오리들을 물가로 데려가곤 했는데 어느 날 돌부리에 발이 걸려 물에 빠졌다네. 나는 수영을 할 줄 몰라 그렇게 클레멘타인을 영영 잃어버리고 말았다네. 일시적으로 기분이 저하될 때는 경쾌하고 즐거운 노래를 듣거나 부르면 기분전환이..

인생각본: "앞으로 어떤 순간에도 행복하지 않겠습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드라마를 두고 미성년자와 성년자의 관계를 오도 혹은 미화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드라마를 보고 어떤 감흥을 받는지는 시청자의 몫이므로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내용이 미칠 부정적인 영향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드라마에서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동화적인' 세계만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있지도 않은 세상에 대한 프로퍼갠더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므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각자가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결론을 도출하기 바랄 뿐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면 IMF의 여파로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나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진다. 큰 아들인 극중 인물 백이진은 딱히 갈 곳이 없어 입대하지만 군에..

'소년심판'의 애도과정

'소년심판'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말하는 판사를 만나게 된다. 글쎄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어서인지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말이 어딘가 거슬리기는 한다. 그러나 이런 거슬림을 뛰어넘을 정도로 '갱생'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소년범들의 행태가 묘사되어 분노뿐만 아니라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죄는 행위고 사람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각자의 선택이므로 행위의 결과에 대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고 법원에서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소년심판'에서 필자가 받은 메시지다. 어쩌면 필자의 생각이 본래 그러하여 그렇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겠지만, 그 사연이 개인의 선택과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 ..

"필요한 의사"

“어느 쪽입니까? 선생님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젊은 의사가 김사부라는 의사에게 던진 질문이다. 모두의 시선이 김사부의 입으로 쏠린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둘 중에서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저울질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김사부는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거부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려고 노력한다는 대답을 한다. ‘좋은 의사’와 ‘최고의 의사’, 둘 다 의사의 관점에서 본 평가다. 반면에 ‘필요한 의사’는 환자 중심의 평가다. 환자 중심의 평가는 매우 중요한데, 아무리 좋은 최고의 의사라 하더라도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대개 좋은 의사가 필요한 의사고, 필요한 의사가 최고의 의사에 해당하겠지만, 의사 관점의 사고를 지니고 있..

떳떳함이 자산이다

남들보다 우위에 서려는 것은 경쟁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래야 남들보다 욕구를 더 잘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들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돈이나 권력이면 가능할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돈과 권력을 얻는 과정에서 '종속'이라는 새로운 위계가 생길 수 있다. 남의 힘을 빌어 권력을 얻었다면 그 힘을 빌려준 사람에게 의존하기 쉽고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종속될 위험성이 있다. 물이나 공기처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공짜라 해도 '공짜 점심(free lunch)'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모래시계'를 보면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검사인 우석이 '카지노 대부(代父)' 관련 수사를 하다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우석의 부인이 남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