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 것인가 ...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요? 앞만보고 내달리다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길을 찾는 당신에게 ...

심리 관련 이야기 42

트라우마 기억: "한 번 그은 획은 지울 수 없다."

아름다운 기억이 상기하고 상기하는 리허설의 과정을 거쳐 오래 유지된다면 아픈 기억은 잊으려고 노력하는 만큼 더 오래 기억됩니다. 아픈 기억 중에서 마음에 깊이 남긴 상처를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인지기능의 발달이 아직 미숙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생각하지 않아도, 의도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기억되는 묵시적 기억에 해당하며 때로는 악몽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으면서도 정서적으로 끊임없이 우리 행동을 제약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은 피하려 하기 때문에 더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피하려면 트라우마가 기억나지 않도록 트라우마를 모니터링하고 통제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트라우마에 대한 내면의 작업이 적..

우울증이라서 우울한 것이 아니라 우울하기 때문에 우울증이다.

ADHD라서 산만한 것이 아니라 산만해서 ADHD라고 하며 강박장애가 있어서 강박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강박 증상을 보이므로 강박장애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 통용되는 증상학적 진단의 원리입니다. 진단명은 자주 함께 나타나는 증상들 즉, 증후군에 붙여진 이름인 것이죠. 그러므로 "제가 왜 이렇게 산만한 거죠?"라는 질문에 "ADHD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배가 왜 이렇게 아픈거죠?"라고 묻는 이에게 "복통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순환논리의 오류에 해당합니다. 특정 증상이 단일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ADHD의 진단 기준에도 산만함의 원인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산만한 행동의 원인도 매우 다양하므로 진단을 통해 원인이 규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A..

상식적인 것이 전문적인 것이다.

“무기력하고 우울합니다. 의욕도 없고요 ” “언제부터 그러신가요?” “1년 정도 됐어요” “1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일상에 변화를 줄 정도의 일이요” “그때 실직했죠. 회사가 어려워서 퇴사했는데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어요. 막막합니다.” 아마도 다음 질문은 상담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우울 증상과 우울 증상 외에 다른 증상들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일 겝니다. “잠은 잘 주무십니까?” “식사는 잘 하세요? 그동안 체중 변화가 있으신가요?” “요즘은 하루 동안 무얼 하면서 지내시나요?” 우울과 연관된 증상들이 확인되면 “실직에 의한 우울장애”로 판단하여 우울장애 진단을 내릴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그것이 보통의 경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진단이기 때문인 것이죠. 실직에 의한 우울장애, 좀..

축적되는 느낌이 있어야 마음이 풍요롭다.

즐겁지 않은 사람,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 우울한 사람 … 사는 것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 이들에게서 관찰되는 공통점 하나는 하루하루 뭔가 축적되는 느낌이 없다는 것입니다. 축적되는 느낌이 없다는 것은 헤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쓸려간다는 것,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진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목표를 설정하고 하루하루 조금씩 그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는, 다시 말해서 발전한다는 느낌이 없다는 것입니다. 발전이 없다는 것은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늙어간다는 것이죠. 통장에 돈이 쌓이지 않는 것으로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일입니다. 축적되는 느낌이 없으면 사람은 불안을 느낍니다. 불안이란 지금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부정적..

불확실한 인생, 불안한 마음, 누구를 찾아가야 할까?

​사회가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따지고 보면 사회가 불안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불안한 것이죠. 사회가 불안하면 정책적인 조처가 필요하겠지만, 마음이 불안하면 누구를 찾아가야 할까? 다음의 세 가지 직업군의 특징을 한 번 과장하여 살펴보기로 합니다. 점쟁이? 정신과 의사? 임상심리전문가? 점쟁이에는 역술인, 무속인, 점술 (타로, 별자리 등) 등 다소 다양한 직업군을 모두 포함하겠습니다. 전통적 의미에서 점쟁이를 찾아가면 아마도 일단 나의 과거를 맞히는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을 받고 나의 앞날에 관한 얘기를 들을 것이니 불안한 마음이 줄어들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직은 삼재가 있으니 힘들고 내년이 되어야 나아질 것이니 지금은 조용히 지내!” 삼재 때문이니 내 잘못이 아니라고 면책해주고 막연하나마 나아질 ..

기억이 추억을 만든다

당신에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얼마만큼 남아있나요? 드라마 ‘홍천기’를 보면 하람과 천기에게는 19년 전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19년 전에 이미 성인이었다면 모를까 어린 시절에 했던 말의 단어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면 “이게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 소년을 잊지 못하는 이유라도 있소?” “아마도 저 별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늘의 별 말입니까?” “예, 하늘의 별이요. 오늘따라 별이 참 많습니다. 북두칠성도 보이고요” “별이 얼마나 많소?” “1억 개 정도?” “1억 개가 몇 갭니까?” “아주 아주 많은 겁니다.”​ 이런 기억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할까요? 기억은 사전적 기억(의미 기억)과 자전적 기억(일화 기억)으로 구분하는데 위에 인용한 '홍천기'의 ..

결과의 결과가 지배한다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은 결과의 결과입니다. 시험불안이 있는 사람은 시험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험 성적이 좋지 않을 것을 걱정하는데 나쁜 시험 성적은 시험의 결과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좋지 않은 시험 성적을 두려워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상 성적이 나쁠 경우 일어나는 일들을 두려워하는 것인데 이는 시험의 결과의 결과에 해당합니다. 비행불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행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비행할 때 경험할 수 있는 공황발작을 두려워하는 것도 아닙니다. 두려움의 실제 대상은 공황발작이 일어났을 때 벌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일들이며 이는 비행의 결과의 결과에 해당합니다. 우리를 불안이나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데 가..

귀인을 만나다

좋은 드라마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단면을 극 중 인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줍니다. 묘사되는 것이 구체적으로 내 얘기는 아니지만, 내 얘기 같아 감동을 불러일으키므로 또 보게 되고 궁금해집니다. 요즘 방영 중인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서도 이런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나의 아저씨’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교류를 하면서 살아가던 젊은이가 새로운 교류와 경험을 통해 자기가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어린 시절 주변의 냉대와 멸시를 자주 받다 보면 ‘나’라는 인간은 “이런 대접을 받아도 싼 인간'이라는 생각에 젖어들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 생각에 부합하는 방향의 행..

과거를 묻지 마세요

“과거를 묻지 마세요”, “과거는 흘러갔다”라는 유행가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가요무대’에서나 들을 수 있는 노래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과거를 매우 궁금해합니다. 과거를 알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서 박동훈 부장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줘야 하는 게 인간 아닙니까!" '사람은 변하지 않아'라고 말들 하지만 사람은 변합니다. 생명이 없는 물건도 세월과 함께 변하는데 생명을 가진 사람이 변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지 않는다 하여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흔히 말하는 그 사람의 마음 즉, 그 사람의 생각이 변한..

사실과 진심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나온다. “그래서 부장님 돈 오천만 원에 손댄 거고, 그놈이 훔친 거라는 사실을 알아서 돌려놔야 했어요. 부장님 돈을 훔치려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이 뭐 그리 중요한가요.” 사실이 뭐 그리 중요한가요?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정황상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사실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진심’일 것입니다. 연인 중 한 사람이 불치병에 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마음은 아프지만, 속마음과 달리 “난 널 사랑하지 않아” “넌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등 매몰차게 이별을 고하는 영화 장면이 예전에는 많았습니다. 이런 장면에서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사실에 해당하고 진심은 그렇게 말하게 된 배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