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 것인가 ...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요? 앞만보고 내달리다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길을 찾는 당신에게 ...

심리 관련 이야기 42

"그 다음이 문제야"

잘못이나 후회할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살다 보면 그리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흑역사가 있다. 얼굴 한 번 붉히고 웃어 넘길 수 있는 흑역사도 있지만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업보인 것도 있다. 그때 왜 그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어 스스로 어처구니없어 할 때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슬며시 기억에서 밀어낸 흑역사도 있다. 흑역사를 피할 수 없었다고 해서 흑역사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흑역사를 대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세월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쓸려 본의 아니게 악을 행하기도 하고 쉬운 길을 택하면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기도 한다. 흑역사를 피하지 못했다면 흑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해주는 대표적 드라마는..

칭찬도 지나치면 독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그 책과는 다른 관점의 얘기를 하면서 인용하는 것은 어폐가 있지만, 말 그대로 생각한다면 고래까지도 춤을 추게 할 정도로 칭찬이 영장류의 행동을 통제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우리의 행동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얼마든지 조종받고 통제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관중들 앞에서 춤을 추고 박수갈채를 받는 것이 고래가 원하는 행동이 아니었다면 고래는 어쩌다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게 되었을까요? 칭찬으로 고래를 춤추게 만들려면 우선 칭찬이 고래에게 긍정적이어야 합니다. 고래는 인간과 교감을 잘하고 영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인간의 칭찬 제스처가 처음부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처음에는..

자유연상과 투사적 심리검사

17분에는 집을 나서야 지하철을 탈 수 있다. 아직 10분 정도의 여유가 있다. 아 오늘은 왜 이리 피곤한 거지? 잠시 넋놓고 멍하니 있는데 휴지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휴지 상자를 보자 롤케이크 상자가, 롤케이크 상자에서 롤케이크로 이어지고 파리바게뜨가 생각난다. 물류파동은 해결되었나? 파업하는 장면이 잠깐 스쳐 지나가다가 노조가 떠오르면서 화염병이 날아다니던 시절로 생각이 이어지려다가 생각은 다시 거대한 회사 조직 앞에서 정의를 외치는 소상공인들과 또 그 소상공인들의 조직 앞에서 억울해도 어찌할 수 없는 소상공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모든 장면은 다 짜깁기된 것이다. "이 땅에 정의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할 때 "여보 무슨 생각 해요? 늦지 않았어요?" 앗! ..

트라우마의 본질: 일주일의 시작은 월요일 아닌가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맥락에서 트라우마는 본래 전쟁이나 재난과 같이 직접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정도의 사건을 체험하거나 눈앞에서 가족이 죽어가는 것을 목도하는 등의 충격적인 사건에 의한 정신적인 상처를 의미한다. 트라우마 관련 연구가 진행되면서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것이 사건의 외형적인 크기보다는 당사자가 느끼는 상처의 크기라는 주장이 힘을 얻어 왔다. 객관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사건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심각한 수준의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고 심지어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 사소한 사건들도 누적되면 트라우마 급의 상처를 남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의미의 누적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구분하는 것이 학문적으로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므로 트라우마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하지 마세요

선택을 해야 할 때 망설이게 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이성과 감성의 소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하고 싶다면 이성은 반대하고 감성이 찬성하는 경우입니다. 당사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주변에서는 '마음이 가는 대로 해"라고 말합니다. 자기 일이 아니기 때문에 원론적인 얘기를 하거나 아니면 자기가 해보지 못했던 결정을 해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부모라면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쉽게 말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마음 가는 대로'라는 말은 감성의 소리를 들으라는 의미입니다. 이성의 소리는 남들에게서 받은 교육과 경험의 결과에 해당하고 감성의 소리는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은 내 본연의 순수한 감정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감정도 본연의 것..

선택권이 없었다는 자기 변명

주변에서 기대하는 나의 모습과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 사이에는 항상 차이가 있습니다.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갈등도 없을 것이니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간이면서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눈치가 없어 주변에서 내게 기대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무시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만 하고 살거나 아니면 자기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몰라 주변에서 기대하는 것만 하고 사는 경우에 해당할 것입니다. ​ 주변에서 내게 기대하는 모습과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 간의 차이가 심해지면 소외감을 느끼고 정신장애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인본주의적인 입장에서 보는 장애론입니다. 인본주의 입장에서는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몰라 소외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므로 내가 원하는 ..

죄책감, 무력감, 슬픔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듣는 것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혼자 항변하고 스스로 달래 보아도 소용없던 말이지만, 다른 이에게서 들으면 위안이 될 수 있습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드라마 '홍천기'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일로 자신을 탓하지 마시오", '갯마을차차차'에서는 "세상엔 너무 많은 변수가 있고 그건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라고 들려줍니다. 죄책감이란 사회적 규범이나 개인의 원칙 혹은 신념 등에서 벗어난 행동에 대하여 느끼는 책임감을 말합니다.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을 알면서도 행한 후에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의도와 상관없이 행동의 결과가 ‘잘못’되었을 때 느끼기도 합니다.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죄책감을..

과학적이라는 그 무거움

세간의 관심을 끌어 유행하는 것이라고 하여 반드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때 혈액형에 따라 성격을 기술하는 ‘혈액형 성격’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 요즘에는 혈액형 성격에 관한 얘기가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이렇듯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것은 수명이 길지 않고 유행이 지나면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라고 해서 모두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전문가들도 자기의 경험에 기초해서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험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논리적이고 듣는 사람에게 해가 될 것이 없다는 점에서 무방하리라 생각되지만, 객관적인 검증 없이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에 의한 것을 과학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과학적이라는 말에 대응되는 개념은 미신적이라거나 ..

긍정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주어진 사건이나 상황에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경험하는 것이 달라진다는 것이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막 바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시크릿' 같은 유의 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간절히 원하고 되뇌인다고 세상일이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된다면 좋을 것 같지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생각하는 대로 된다면 세상은 매우 혼돈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니 세상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여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아서' 혹은 '믿음이 약해서', '의지가 약해서'라는 말로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기는 그냥 위기일 뿐이고 전화위복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희망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현실을 부인하고 막연한 희망에 부풀어 그냥 앉아 있을 시간은 ..

"조금만 용기 내서" 상담자를 찾아 가세요

직장 스트레스 때문에 상담실에 내원했는데 자꾸 부부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정사를 드러내기 싫고 부부 문제가 부부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얘기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상담은 없으므로 이럴 때는 지금은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거부할 수 있습니다. ​ 갯마을 차차차'라는 드라마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나옵니다. ​ "전 근데 어금니가 아파서 온 건데 ... " "아 그게, 매복니가 앞어금니 뿌리를 건드려서 그래요. 이게 자칫하면 뿌리까지 흡수될 염려가 있어서 발치를 하셔야 돼요." "꼭 뽑아야 할까요?" "원래 많이들 겁내세요. 근데 아픈 걸 계속 숨겨 두는 것보다는 조금만 용기 내서 뽑으시는 걸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