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스트레스 때문에 상담실에 내원했는데 자꾸 부부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정사를 드러내기 싫고 부부 문제가 부부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얘기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상담은 없으므로 이럴 때는 지금은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거부할 수 있습니다.
갯마을 차차차'라는 드라마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나옵니다.
"전 근데 어금니가 아파서 온 건데 ... "
"아 그게, 매복니가 앞어금니 뿌리를 건드려서 그래요. 이게 자칫하면 뿌리까지 흡수될 염려가 있어서 발치를 하셔야 돼요."
"꼭 뽑아야 할까요?"
"원래 많이들 겁내세요. 근데 아픈 걸 계속 숨겨 두는 것보다는 조금만 용기 내서 뽑으시는 걸 추천해요."
아프다고 무섭다고 숨겨두면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숨긴다고 해서 또 숨겨지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참고 견디는 것뿐입니다. 어떨 때는 어금니가 아프고 어떨 때는 잇몸이 아프고 또 어떨 때는 목구멍이 아플지도 모릅니다. 문제의 원인을 그대로 두면 증상을 달리해가면서 원인이 해소될 때까지 괴롭힘을 당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인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핵심이 되는 문제를 두렵다고 혹은 해결방법이 없다고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을 다루면 증상이 달라지면서 계속 괴롭힐 것입니다. 핵심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연관 있는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일어난 사건을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받고 있거나 받게 될 고통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프더라도 문제를 드러내야 합니다. 세수를 하려면 얼굴에 물을 대야 하는 것이죠. 얼굴에 물을 대지 않고 세수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드러낸다는 것은 자기가 느끼는 것을 솔직히 얘기하는 것입니다. 일단 드러내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덜 아프고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아픔이 줄어듭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치료자 혹은 상담자가 안내할 것이니 그대로 따르시면 됩니다. 원하지 않으시면 쉬어가도 되고 말하기 싫은 부분을 당장 얘기하지 않고 때가 되었을 떄 얘기해도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기 어려운 것도 제3자인 상담자에게는 오히려 쉽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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