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어 출가한 딸이 집에 와서 엄마 대신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깨뜨립니다. 엄마가 무슨 일인가 부엌으로 가서 보니 딸이 울먹이는 것 같습니다. "너 울어? 접시 많은데 그걸 갖고 뭘 울어?"라고 엄마는 딸을 달랩니다. 이 말에 딸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내면서 더 서럽게 웁니다. 엄마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접시 하나 때문에 저리도 서럽게 우는 딸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엄마의 직감으로 딸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혹시 남편하고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물어보니 딸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드라마 '갯마을차차차'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나옵니다. 홍반장이 자기에게 속마음을 터놓지 않는 것이 섭섭한 윤혜진은 슬픕니다. 혼자 생각에 잠겨 걸어가고 있을 때 평소 가깝게 지내던 여화정이 윤혜진을 봅니다.
"선생님!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댁에 가는 길이었는데, 왜 거기 계셔" 여화정을 보자 윤혜진이 울먹입니다.
"선생님 지금 울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 월세를 깜빡해 가지고요"
"왜 그래, 아니 그게 뭐라고"
"죄송해요, 제가 오늘 꼭 보내드릴게요"
"아니 누가 보면 악덕 집주인인지 알겠네" "선생님, 괜찮아 진짜로 괜찮다니까" 이 말에 윤혜진이 통곡을 합니다. 윤혜진이 마음을 추스르면서 "미쳤나봐요 제가 제가 눈물이 자꾸 나요" 라고 말합니다. 윤혜진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화정은 못 본척할 수 없습니다. "아침은? 먹었어요?"
논리적으로 명확히 계기와 원인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학문적 논쟁을 배제하고 상식선에서 본다면 일어난 일에 비해 과한 반응은 다른 원인 때문에 일어난 것일 수 있습니다. 접시가 깨진 것이나 여화정이 윤혜진을 만난 것은 계기에 해당하고 남자친구와의 갈등이나 홍반장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눈물의 원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평소와 달리 '사소한' 것에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이나 예상했던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조금만 신경쓰면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왜 저러지" 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이러한 반응을 살피는 것은 공감 능력에 해당합니다. 주변에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자체가 주변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으니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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