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와 클래식의 차이는 얼마나 오래 사랑을 받느냐일 것이다. 명작이나 고전이라고 불리는 것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회자하는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말한다. 명작은 한때 대박 난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떠나 꾸준히 작품성을 인정받는 '스테디셀러'에 해당하는 것이다.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한때의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요즘 기사를 보면 대박에 해당하는 것이 '오징어 게임'인 것 같다. 보도되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박은 대박인 것 같은데 보는 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는 오징어 게임이 자주 거론되는 것조차 매우 불편하다. 거론하고 싶지 않지만,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과 매한가지로 다루어지는 비인간적인 장면이 주를 이루고 있음에도 인기를 얻은 이유가 매우 궁금할 뿐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불투명하지만 메세지에 비해 화면이 너무 강하고 잔인하다. 현실은 더 잔인하다라고 주장할지 수도 있겠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주인공들을 피해자로 보고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보는 시각도 문제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호평을 했다면 시청자는 극 중의 인물과 동일시했을 가능성이 큰데 오징어 게임에서 사람들은 과연 누구와 동일시했을까? 게임 참여자? VIP? 아니면 게임 진행자? 오징어 게임을 즐긴 사람이었다면 VIP와 동일시했어야 논리적으로 맞는데 그럴 위치에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고 VIP 중에서 오징어 게임을 즐길 사람도 어쩌면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어떤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할 것인지 궁금해서 본 사람이라면 게임 참여자와 동일시했을 수 있는데 게임 참여자는 세상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탈락'한 자들로 게임에서 일말의 기회를 얻기는 하지만, 탈락하면 무참히 죽어야 하므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참여자가 죽어야 하는 상황에서 재미보다 분노를 느끼는 것이 더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끝까지 살아남아 목표에 도달한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첫번째로 탈락한 사람이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주어진 여건에서 인생역전을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VIP들의 놀이에 놀아난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아무리 허구의 세계라 하더라도 사람이 무참히 죽어 나가는 광경을 아무 생각없이 즐긴 사람이라면 직접 일 처리를 담당하는 게임 진행자와 동일시했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 게임 진행자는 VIP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면서 그 체계가 기능하도록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수록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하수인'에 불과하다.
당신이 오징어 게임을 보았다면 당신은 과연 누구와 동일시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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