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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관련 이야기

좋은 심리상담사? 그딴 것은 없다.

justhong 2021. 9. 30. 17:30

좋은 심리상담사를 소개해 달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어느 정도 공신력을 인정받는 심리상담 자격증이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2~3개 정도인데 비해 공신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자격증이 너무나도 많으니 상황을 잘 모른다면 상담사를 찾는 것도 큰 문제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나를 위해 상담사를 찾는 것도 사실상 치료과정에 속하기 때문이다. 

* 여기서 상담사는 치료사(Psychotherapist)라는 말로 쓰는 것이 적합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치료' 혹은 '심리치료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려면 의사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하니 '상담사'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 

좋은 상담사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당연히 실력이 좋은 사람을 말하겠지만, 실력을 판단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니 어떤 사람을 소개해 주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학력이 좋고 자격증을 많이 소지한 사람이 좋은 상담사일까? 아니면 대학교수 혹은 TV에 출연하는 유명한 사람이 좋은 상담사일까? 

​학력이나 자격증이 자격의 하한선이라는 관점에서 자격증을 소지해야겠지만, 전문가 자격증 취득 전이라도 내담자를 위한 열정으로 가득 차 공부하고 고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격증도 여럿이고 경험이 많아도 자기 안에 갇힌 상담을 반복할 수 있으므로 누가 더 좋은 상담을 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자타가 공인하는 좋은 상담사라도 항상 좋은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어서 나에게 좋은 상담을 제공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좋은 상담사를 찾는 노력이 큰 의미를 갖지는 않을 것이다.  

드라마 '낭만 닥터 김사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온다.

"선생님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
"지금 여기 누워 있는 환자에게 물어보면 어떤 쪽 의사를 원한다고 할 것 같냐?"
"최고의 의사요"
"아니. 지금 이 환자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골절을 치료해주는 OS야. 그래서 나는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이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답이 됐냐?"

좋은 의사도 아니고 최고의 의사도 아닌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라는 메세지다. 필자도 수련과정을 밟고 있을 때 좋은 치료사가 되고 싶어서 '어떤 치료사가 좋은 치료사'냐고 수퍼바이져에게 물은 적이 있다. 수퍼바이져의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좋은 치료사? 그딴 것은 없다. 좋은 치료만이 있을 뿐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생각해 보라고 하니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심리상담에서 지향하는 바는 내담자 중심의 상담인데 좋은 상담사가 되려는 사람은 자기중심의 상담을 하게 될 것이다. 상담의 중심에 상담자가 있으니 멋진 말은 상담사가 해야 하고 내담자는 상담사에게 늘 감탄하고 감동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상담사라는 것이 확인될 테니까 말이다.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감탄하지 않으면 실망한 상담자는 아마도 내담자를 싫어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 
반면에 좋은 상담을 하고자 노력하는 상담사는 좋은 상담을 위하여 내담자의 이야기에 더 많이 귀 기울일 것이고 내담자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고자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