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 것인가 ...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요? 앞만보고 내달리다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길을 찾는 당신에게 ...

심리 관련 이야기

자유연상과 투사적 심리검사

justhong 2021. 11. 26. 13:00

17분에는 집을 나서야 지하철을 탈 수 있다. 아직 10분 정도의 여유가 있다. 아 오늘은 왜 이리 피곤한 거지? 잠시 넋놓고 멍하니 있는데 휴지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휴지 상자를 보자 롤케이크 상자가, 롤케이크 상자에서 롤케이크로 이어지고 파리바게뜨가 생각난다. 물류파동은 해결되었나? 파업하는 장면이 잠깐 스쳐 지나가다가 노조가 떠오르면서 화염병이 날아다니던 시절로 생각이 이어지려다가 생각은 다시 거대한 회사 조직 앞에서 정의를 외치는 소상공인들과 또 그 소상공인들의 조직 앞에서 억울해도 어찌할 수 없는 소상공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모든 장면은 다 짜깁기된 것이다.

 

"이 땅에 정의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할 때 "여보 무슨 생각 해요? 늦지 않았어요?" 앗! 시계를 보니 19분, 서둘러야 한다. 근데 난 도대체 왜 아침부터 정의를 생각하고 있는 건가?   

 

누구는 휴지 상자를 보고 롤케이크를 생각하고 누구는 안경을 생각할 수도 있겠다. 휴지통 모양과 롤케이크가 담긴 상자가 비슷해서 혹은 기능적으로 휴지로 안경을 닦을 수 있어서 연상된 것일 수 있는데 같은 휴지 상자를 두고도 개인의 상태에 따라 연상되는 것이 다르다. 개인에 따라 생각나는 것이 다른 것은 개인의 욕구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프로이트의 생각이다. 프로이트는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진술하는 과정을 자유연상이라 이름 붙이고 무의식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유연상을 정신분석에 적극 활용하였다.

 

또한 이를 심리검사에 활용한 것으로 투사적 심리검사라는 것이 있다. 다소 막연한 무언가를 제시하면 사람들이 각자의 욕구 상태에 따라 상이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러한 반응에 무의식의 욕구가 투사된다는 것이 투사적 검사의 원리다. 투사적 검사에서는 막연한 무언가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지나치게 막연한 것을 제시하면 반응도 너무 막연하여 다루기 쉽지 않고 너무 분명한 것을 제시하면 반응이 동일하여 개인의 욕구와는 상관이 없을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의 반응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해석하는 사람의 욕구가 투사되므로 애초에 반응한 사람의 욕구와는 무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근거 기반의 이론과 표준화 과정을 거쳐 최대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재미로 보는 성격 테스트들은 대부분 어설프게 투사적 검사를 흉내 낸 것들인데 직관적인 측면이 있어 흥미를 유발하지만, 객관적인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한계를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