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 것인가 ...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요? 앞만보고 내달리다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길을 찾는 당신에게 ...

심리 관련 이야기

불확실한 인생, 불안한 마음, 누구를 찾아가야 할까?

justhong 2021. 9. 16. 16:03
​사회가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따지고 보면 사회가 불안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불안한 것이죠. 사회가 불안하면 정책적인 조처가 필요하겠지만, 마음이 불안하면 누구를 찾아가야 할까? 다음의 세 가지 직업군의 특징을 한 번 과장하여 살펴보기로 합니다.

점쟁이? 정신과 의사? 임상심리전문가? 

점쟁이에는 역술인, 무속인, 점술 (타로, 별자리 등) 등 다소 다양한 직업군을 모두 포함하겠습니다. 전통적 의미에서 점쟁이를 찾아가면 아마도 일단 나의 과거를 맞히는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을 받고 나의 앞날에 관한 얘기를 들을 것이니 불안한 마음이 줄어들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직은 삼재가 있으니 힘들고 내년이 되어야 나아질 것이니 지금은 조용히 지내!” 삼재 때문이니 내 잘못이 아니라고 면책해주고 막연하나마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심어주니 마음이 다소 가벼워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면 어디로 이사할까 망설이는 중에 “서쪽으로 이사하면 된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더는 갈등하지 않아도 되니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입니다. 나중에 점쟁이의 말대로 되건 되지 않건 일어난 결과에 대해서 점쟁이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저 아무도 모르는 내 과거를 맞힌 것만을 기억하고 맞히지 못한 것은 무시할 테니 다음에도 또 점쟁이를 찾아갈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by Wassily Kandinsky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면 진단이 내려져야 처방을 내릴 수 있으므로 일단 현재의 증상에 대해 자세히 물을 것입니다. 언제부터 불안한지, 잠은 잘 자는지, 식욕은 어떤지, 통증이 있는지 등 주로 신체적 증상에 관하여 질문할 것입니다. 진단을 내린 후에는 처방 가능한 약물 중에서 증상에 초점을 맞춘 약을 처방하고 2주 후에 다시 내원하라고 권할 가능성이 큽니다. 진단에 따라 항불안제 처방을 받을 것인데 약을 먹으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니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화학적으로 강제된 약효가 나타나면 증상은 빨리 완화되겠지만, 근본적인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일시적 완화에 그칠 것이고 약효가 나타나지 않으면 약을 바꾸든지 증량하든지 약물을 조정할 것입니다.

임상심리전문가를 찾아가면 시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자신에 관해 얘기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던 얘기를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으니 마음이 후련해질 것입니다. 마음이 후련해진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는 의미고 이러한 여유로 인해 시야가 넓어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등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할 실질적인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해결책이 있고 자기가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만큼 불안감은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적으로 해결해 갈 수 있는 과정까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스스로 능동적으로 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과거를 분석하는 것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해 확언하는 점쟁이에게서 카리스마와 함께 무례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확실하게 얘기해주니 내가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나를 완전히 수동적인 입장에 처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도 문제해결에서 내 역할은 다분히 수동적입니다.
시간 맞춰 복약하는 것은 능동적인 행동이지만,
약효를 내기 위해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주의하거나 꾸준히 해야 할 것에 대해서 말해줄 것이고 그런 것들을 일상화하는 것은 내가 해야 할 몫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임상심리전문가를 만나면 할 일이 많아집니다.
심지어 1주일 내내 해야 할 과제도 주어집니다. 내가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달라질 것이 없다는 점에서 책임도 내가 져야 하므로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해결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내 노력의 결과이므로 그만큼 다른 문제 상황에서도 크게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미신이라거나 비과학적이라는 논쟁을 배제한다면 누구를 찾아가도 모종의 도움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형태의 도움을 원하는지에 따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