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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 이야기

분노조절장애

justhong 2021. 10. 14. 11:28

분노는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지만,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닌 것 같은데 공격적인 언어나 폭력을 행사하고 재산이나 기물을 파괴하는 등 분노를 과도하게 표출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분노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여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 일상에서는 보통 '분노조절 장애'라고 합니다.

분노조절 장애라는 용어는 공식 명칭이 아니고 가장 가까운 장애 명은 ‘간헐적 폭발성 장애’ 혹은 ‘파괴적 기분조절 장애’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파괴적 기분조절 장애는 10세 이전에 주로 관찰되고 6~18세 사이에 처음 진단되는 장애로 상황이나 주어진 자극보다 비정상적으로 지나치게 반응의 강도가 강하거나 지속시간이 긴 분노발작이 1주일에 3회 이상 발생하는 경우로 크게는 우울장애의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여기서는 간헐적 폭발성 장애에 대해 살펴보기로 합니다. 간헐적 폭발성 장애의 경우에는 분노가 폭발하면 순간적으로 사고 및 판단능력이 마비되어 이성을 상실하고 부상과 통증에도 둔감해지므로 타인은 물론이고 자신을 다치게 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또한, 분노 폭발 후에는 죄책감보다는 심신이 이완되어 우울감과 허망함을 느낄 가능성이 크며 자신이 보인 공격적인 행동을 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무언가 잘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느끼는 분노를 정당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간헐적 폭발성 장애 진단

간헐적 폭발성 장애 진단을 내리려면 아래의 기준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공격적인 충동을 통제하지 못해서 간헐적으로 감정폭발이 반복되며 감정폭발은 다음 중 하나의 특징을 보인다.

가) 재산손괴나 신체 손상을 동반하지 않은 신체적 또는 언어적 폭력이 최근 3개월 동안 1주일에 2회 이상 발생한다.

나) 재산손괴나 동물 혹은 사람의 신체 손상을 동반하는 폭발적 행동이 1년에 3번 이상 발생한다.

2) 공격성 및 감정폭발의 정도가 감정폭발의 계기가 되는 상황이나 스트레스의 정도에 비례하지 않는다.

3) 공격성 및 감정폭발이 계획된 것이 아니다.

4) 공격성 및 감정폭발로 인하여 직업적, 대인관계, 경제적, 법적 문제를 겪는다.

5) 나이가 적어도 만 6세 이상이다.

6) 감정폭발이 다른 정신장애나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에 의한 것이 아니다.

장애 관련 이론 및 원인

장애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이론이 없을 때는 인지행동 모델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분노 폭발을 일으킨 사건과 분노 폭발의 결과를 기록하고 분노 폭발을 일으킨 사건을 당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살피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큽니다.

 

위의 분석 도식에서 마지막에 있는 [결과]는 항상 긍정적인 것이어야 논리적입니다. 위의 도식에서는 분노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간주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행동의 결과로 분노가 줄어드는 자체를 긍정적인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특정 사건을 부당한 것으로 해석하여 분노의 감정을 느끼고 분노를 표출하는 행동을 통해 분노의 감정이 감소하는 긍정적인 경험까지를 하나의 에피소드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분노 폭발은 분노감소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안겨주므로 분노 폭발이 더 자주 나타나는 강화학습이 일어날 것입니다.

 

여기서 분노가 폭발할 정도로 특정 사건이나 계기를 해석하게 만드는 것은 사건을 바라보는 전반적인 관점, 즉 인지도식 혹은 핵심신념과 연관이 깊은데 인지도식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학대를 당하거나 무시를 당한 것과 같은 경험이 누적된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분노는 보통 부당하게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감정으로 이해됩니다. 과거에 겪은 부당한 피해 경험에서 기인하는 분노의 감정이 해소되지 않고 ‘억압’되어 있다가 사소한 계기로 촉발되기도 하므로 분노 폭발은 사실상 현재 상황과 크게 관계가 없을 수 있습니다.

 

간헐적 폭발성 장애 치료

간헐적 폭발성 장애를 기질적 요인으로 설명하면 주로 약물치료가 주 치료가 되고 행동치료적인 방법이 부수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분장애에 자주 처방되는 리튬, 카바마제핀 그리고 불안장애에 처방되는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약물 등이 간헐적 폭발성 장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세로토닌 부족이 공격 행동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세로토닌 재흡수를 차단하여 세로토닌의 양을 늘리는 약물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약물치료 외에는 과거에 누적된 분노나 적개심을 비공격적인 방법으로 적절히 표현하고 심리 사회적 스트레스에 대해 내성을 키우는 대처 방안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편향된 관점을 조정하는 과정이 치료에 포함되는데 사건을 해석하는 피해 의식적 관점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면서 균형을 맞추어 가는 인지 재구조화를 시도합니다.

 

한편, 간헐적 폭발성 장애의 경우 심하게 흥분하면 이성을 상실하게 되므로 이성을 잃을 정도로 흥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처 수단들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① 타임아웃

화가 나면 행동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므로 화가 나기 시작하거나 자신이 흥분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감지하면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단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언제 돌아오겠다고 알려주는 것이 상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② 표출이 아니라 표현하기

분노는 표출하기보다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표현할 때는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주목적이므로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기분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차분히 전달합니다.

 

③ 명상 및 운동하기

운동은 분노의 에너지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화가 날 때 산책이나 평소 즐기는 운동을 하면 분노로 생긴 공격적 에너지를 배출해 낼 수 있으므로 분노조절에 효과적입니다. 평소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하면 심신의 안정도가 높아지므로 쉽게 분노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운동 외에 명상이나 요가, 심호흡 등을 꾸준히 한다면 쉽게 흥분하지 않고 분노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인지행동 분석에 근거하여 치료 방법을 요약하면, 위의 도식에서 사건을 해석하는 관점을 살펴보고 분노를 유발하는 사고의 객관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반사적 사고와 경직된 인지도식이 완화되고 반사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약해질 것입니다. 또한, 분노와 흥분을 분노 폭발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찾아 연습한다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사자가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고 분노 폭발을 통제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 동기가 약하다면 먼저 변화 동기를 강화하는 과정이 치료과정에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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