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태원클라쓰'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자신의 퇴학과 아버지의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잘못한 것이 없으므로 무릎을 꿇을 수 없다던 박새로이. 장대희 회장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새로이의 아버지 박부장은 장대희 회장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어떻게 저한테서 이런 아들이 나왔는지. 정말 … 멋지네요. 제가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없겠습니다. 퇴사하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렇게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던 박새로이도 나중에는 장대희 회장에게 무릎을 꿇는다.
“불가능한 일들이 있다. 죽음 위에 일들. 장대희 회장에게 무릎 꿇는 일이 그렇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너무나도 쉬운 일.” 박새로이는 이렇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작가는 새로이를 통해 무엇이 목적이고 무엇이 수단인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만약에 새로이가 무릎을 꿇지 않았다면 그것은 단순한 고집에 불과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자기가 했던 말의 굴레에 빠진 것이죠.
과거에 무릎은 꿇지 않겠다고 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무릎을 꿇을 수 없다고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수 있습니다. 무릎을 꿇고 꿇지 않고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자기가 약속한 말에 얽매여 그 약속의 의미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조건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은 '어쨋든 약속은 지켰다'는 체면치레일 수 있습니다.
평생 고집부리고 놓지 못하던 일들이 좀 더 큰 틀에서는 부질 없는 것들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소신있게 행동하는 것은 단순히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자기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당장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리 관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등을 해소하는 화해의 리투얼 (rituals) (0) | 2021.09.30 |
---|---|
지나치면서 툭 던지는 말 (1) | 2021.09.30 |
리프레이밍 (0) | 2021.09.30 |
트라우마 기억: "한 번 그은 획은 지울 수 없다." (0) | 2021.09.29 |
우울증이라서 우울한 것이 아니라 우울하기 때문에 우울증이다. (0) | 2021.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