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 것인가 ...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요? 앞만보고 내달리다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길을 찾는 당신에게 ...

심리 관련 이야기

리프레이밍

justhong 2021. 9. 30. 16:03

“되도 않은 놈들 데려다가 선생질하고 대장 노릇 하다 보니 이젠 아무나 붙들고 가르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나를 그런 하자 있는 놈들과 같이 취급을 하면 좀 곤란하죠.”

‘낭만닥터 김사부2’라는 드라마에서 박민국 원장이 김사부에게 하는 말입니다. 하자란 ‘흠’, ‘결점’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결국 내게는 다른 놈들과 달리 결점이 없으니까 가르치려 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이런 경우 “내가 언제 가르치려 했냐”고 따지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자기의 행동을 부인하는 꼴이 되므로 언쟁이 벌어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내가 그리 했건 그러지 않았건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그리 받아들였다는 것이기 때문인 것이죠.

김사부는 다음과 같이 대응합니다. “거 하자가 아니라 상처라 그래야지요. 그리고 그 상처는 나한테든 당신한테든 있는 거고요.” 김사부는 ‘하자’라는 단어를 상처로 바꾸어 버립니다. 하자는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상처는 아픔으로 이해되어 측은함을 불러일으킵니다. 똑같은 행동이라도 하자 있는 인간이 행한 것과 상처 있는 인간이 행한 것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어를 바꾸거나 상황을 달리 정의하여 전체 맥락이 바뀌게 만드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리프레이밍(reframing)이라 합니다.

수업시간에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돌아다니는 아이를 저지하기보다는 아이의 돌아다니는 행동을 관찰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리프레이밍에 해당합니다. ​“자 오늘은 ‘철수’가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하는지 모두 잘 살펴보기로 해요.” 선생님의 이런 지시는 아이의 행동을 방해행동이 아니라 주목의 대상으로 만들면서 철수의 산만한 행동이 갖고 있는 의미를 바꾸어 버립니다. 행동의 의미가 바뀌면 그 동안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게 됩니다. ​선생님의 한마디로 인해서 돌아다면서 수업을 방해하고 수업에 거부적이던 아이가 이제는 수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수업에 거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면 아이는 다른 방해행동을 하거나 다른 아이들처럼 자리에 앉는 것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어떤 방해행동도 수업에 필요한 관찰의 대상이 되므로 논리적으로는 다른 아이들처럼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던 짓도 멍석 깔아놓으면 안 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하지 말라고 말리던 행동을 한번 제대로 해보라고 무대를 만들어주면 맥락이 바뀌어 버리기 때문에 그 행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도 없고 재미도 사라져버리는 현상을 기술하는 속담으로 그 기저에는 리프레이밍이 담겨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하던 행동도 의식을 하면 어색해집니다. 다리가 여럿 달린 벌레에게 다른벌레가 물었다. “너는 다리가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그리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니?” 질문을 받는 순간 그 곤충은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의식적으로 생각하자 움직임의 자연스러움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이렇듯 말 한마디로 혹은 질문 한마디로도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 영향력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리프레이밍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